[네타多] 뒷북으로 LA에서 본 <도둑들> TV/영화 얘기


<도둑들>이 한국에서 흥행기록을 세웠네 대박이네 어쩌네 뭐 이런 소리는 좀 들었지만 뭐 LA 사는 나로서는 말 그대로 바다건너 얘기이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 주말(12일)부터 여기 LA에서도 극장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상영관을 찾아보았다.





음, 이 넓은 LA지역에서 반경 40마일(약 64km)로 검색했는데 딸랑 두 극장에서만 상영하는듯 하더라.  그중 하나는 LA한인타운에 있는 CGV.  한인타운까지 가기엔 쫌 멀고 해서 좀더 가까운 곳에 있는 AMC극장(한국으로 치면 CGV에 해당할 여기저기 잔뜩 있는 멀티플렉스체인)으로 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완전 중국타운 한가운데ㅋ   극장 옆에는 중국식당, 중국서점, 중국약국, 길건너에는 중국수퍼마켓ㅎㅎㅎ   LA한인타운 말고도 한인밀집지역은 많은데 (가든그로브 쪽이라던가) 차라리 그쪽 AMC를 고르지 그랬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장 안에서도 "도둑들" 포스터는 정말 쬐끄만거 하나 달랑 붙어있을 뿐이고, 뭐 첨부터 홍보나 흥행 같은건 신경쓴거 같지 않더라.  나자신도 이쪽 한인신문에서 개봉소식 못 읽었으면 전혀 몰랐을테니 말 다했지.  13일 토요일 오후에 가서 봤는데, 관객수는 우리 포함해서 20명도 채 안되었다.  한인타운 CGV는 어떨지 모르지만 이 극장에서는 딱 1주일만 상영하고 내릴것이 뻔해 보인다.

여튼간 뭐 나에겐 이렇게 극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쌩유.  제목, 그리고 한국에서 흥행대박을 때렸다는 점 두가지 말고는 사전지식이 없는 나는 마음을 비우고 영화를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락영화의 탈을 쓴 사회비판영화 같다는 생각이다.  분명 재미있게는 봤는데, 보고나서 개운한게 아니라 참 미묘하게 찝찝한......  물론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그 내용이 왠지 꿈도 희망도 없는거 같아 거시기하다는 얘기지.

일단 <도둑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 2/3 정도 진행시점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바뀌는 스토리전개였다.  원채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일감을 가져온 사람이 주인공그룹 전체의 뒷통수를 치는 전개는 흔한 것이지만, <도둑들>은 거기서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주인공그룹의 뒷통수를 친 마카오박은 사실 일편단심 순애보였던데가 모든 것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벌인 일인 것으로 드러나 순식간에 정의의 주인공인양 둔갑해버렸고, 주인공그룹의 리더였던 뽀빠이는 원래 마카오박의 뒷통수를 쳤던 숨겨진 경력이 있었던지라 뒷통수를 맞아도 싼 악역으로 둔갑해버렸다.

그리고 결국엔 정의의 주인공 마카오박과 그의 여자 펩시는 해피해피하게 되었고, 모든 악의 원흉(?)이었던 웨이 홍도 유일한 진짜 정의의 편 줄리에게 체포되면서 모든게 좋게 끝나는듯 하다.

하지만 찝찝하다.  뭔가 개운치 않다.  그도 그럴것이, 후반부에서 주인공으로 둔갑한 마카오박을 관객들이 좋은놈이라고 손들어주기 참 거시기하기 때문이다.

뽀빠이야 뭐 원채 남 뒷통수 치던 녀석이었으니 당해도 싸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씹던껌이랑 첸 아저씨는 무슨 죄인가?  영화 내에서 가장 인간미 넘치던 러브러브커플이었는데 참 허망하게도 죽는다.  다 마카오박이 모두의 뒷통수를 쳐서 그랬던것 아닌가.  마카오박의 목적, 즉 1. 아버지의 복수를 갚는다, 2. 뽀빠이에게 복수한다, 그리고 3. 펩시의 마음을 되찾는다, 요 세 가지 목적만 달성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무 상관없는게 마카오박의 모습이다.  이러니 좋은놈이라고 쉽사리 손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자기만 좋으면 남은 나몰라라 하는 모습은 예니콜에게서도 볼 수 있다.  나는 솔직히 잠파노가 살신성인하며 예니콜을 구해줬을때 잠파노를 구출해야 한다는 말이라도 나올 줄 알았다.  근데 구출은 커녕 아예 첨부터 없었던 사람 취급이더라 헐.  예니콜에게 중요한 건 철저히 그녀 자신의 해피엔딩 뿐이다.  아무리 범죄자 영화라고 해도 보통 어느 정도의 의리는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일반적인데 <도둑들>에서 의리같은건 없다.

마카오박의 편이었던 여배우를 뽀빠이 일행이 추궁할 때에도 이 테마는 계속 된다.  처음에는 의리 운운 하면서 입을 다물다가 그녀의 강아지를 협박하니까 의리고 뭐고 없다.  사람 사이의 의리는 개와의 의리보다 가치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 그녀의 선택은 (나를 포함하여) 웬만한 사람들이 다 이해하고 공감할만한 선택 아닌가.

결국 자기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면 모두 이용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 그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게 요즘 인간관계...라는게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 같다.  그렇다보니 오락영화를 본 거 같은데 뭔가 개운치 않고 찝찝하다.  앞에서도 이미 얘기했듯이 그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뭔가 꿈도 희망도 없는것 같아 거시기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편한" 영화만을 보고 싶어하는 나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충분히 인정한다.

여튼간 재미있게 봤다.  즐겁게 봤다는 말까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인상깊게 봤다.  뭔가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은 내용으로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최동훈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별 다섯 만점에서 별 넷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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