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Lucy TV/영화 얘기


이 영화가 뤽 베송 감독의 작품이라는걸 모르던 상황에서 <Lucy>의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때 내 솔직한 감상은 "ㅎㅇㅎㅇ 스칼렛!  그런데 두뇌 100% 사용 드립이라니, 대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설정이냐!!" 였다.

하지만 시나리오+감독이 뤽 베송이라는걸 알고 기대치가 팍 올라갔다.   좋아라 봤던 <제5원소>의 추억 때문일까, "두뇌 100% 사용"이라는 유치찬란한 컨셉을 멋지구리하게 포장하는데엔 뤽 베송만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칼렛과 모건 프리먼, 최민식의 캐스팅도 상당한 플러스요소.

그래서 얼렁 봐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여차저차한 이유로 (묘하게 이걸 같이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없;;;;) 여기 미국에서 개봉 4주째가 되어서야 보게되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ㅁ^)b

그런데 아무나 붙잡고 "이 영화 꼭 보셈!  무지 잼남!"이라고 말하기도 거시기한게, 객관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보다 내 취향과 골때리게 맞아떨어지는 영화라는 느낌이 더 강해서 그렇다.   하지만 흥행성적이 미국내에서만 1억불 찍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딱히 취향타지 않아도 잼나게 볼 수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번주에 개봉한 <익스펜더블3>보다 개봉한지 4주 된 <루시>에 관객이 더 많았다는건 개그.

일단 의심의 여지 없이 좋았던 부분부터 짚어보자.

캐스팅은 기대했던만큼 대박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ㅎㅇㅎㅇ스러울 뿐만 아니라 분위기가 아주 잘 맞는다.  전형적이고 뻔한 역할인데도 연기력이 좀 되는 여배우가 맡으니까 신빙성이 산다.  두뇌과학 전세계 최고권위자 역으로 나오는 모건 프리먼의 포스는 시대착오적이고 비과학적인 "두뇌 100%" 컨셉을 뭔가 있어보이게 만든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 십중팔구 유치찬란하기만 했을텐데, 모건 프리먼이 말하니까 유치하다는걸 알면서도 납득하게 된다.   그리고 마약단 보스로 나오는 최민식은 자칫 싸구려 악당이 될 뻔한 역할에 적절한 무게감을 준다.   좋은 배우들 덕분에 스토리에 몰입이 아주 잘 된 승리의 캐스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약간 옆으로 얘기가 새는데, 한국말을 제대로 할 줄 아는 한국배우들이 한국깡패역을 맡으니까 너무 좋았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런 배역에 중국계나 일본계 배우를 기용해서 한국말 흉내를 내라고 하던가, 한국계 2세 배우를 기용해서 우리말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덕분에 귀가 괴로웠던 안습의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   무지 단순한 거지만 이런 것에 신경을 써준 뤽 베송에게 솔직히 고맙다.   영화를 즐기고 몰입하는데에 분명한 플러스요소였다.    (대사 없는 깡패꼬붕들은 엉뚱한 국적이 많았는데 그 정도는 봐주자)   (대만의 거대마약조직이 왜 한국계인지도 신경 꺼주자ㅋ)

또하나 좋았던 점은 음악.   도입부서부터 음악이 상당히 맘에 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갈때 보니까 <제5원소> 때 멋지게 음악을 맡았던 에릭 세라가 맡았더라.   OST 필구.

여기서부터는 취향타는 부분이다.

사실 이 영화는 독특한 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설정부터가 시대착오적인 "두뇌 100% 활용" + "초능력"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초능력을 얻게되는 과정이 나름 독특하다면 독특할지 모르겠지만 이거슨 마약찬미영화?!??? 그 이후 과정은 다 어딘가서 본 듯한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초능력 영화라 하면 <아키라>가 연상이 안 될 수가 없고, "두뇌파워"로부터 시작해서 "생물의 진화" "생명의 목적" 운운하며 괜시리 철학적으로 빠지려는 장면은 딱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패트레이버>랑 <공각기동대> 삘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무지 맘에 들었다.  >ㅂ<

뭐라고 해야하나, 묘하게 90년대 감성팔이가 되었다고 해야할까?ㅋ   당시 오시이 감독의 쓸데없이 철학적인척 무게잡고 폼잡는 스타일에 나는 "작작 좀 해라!"를 외쳤었는데, 이제와서 그런 뜬구름 잡는 스토리텔링을 보며 "오오오 그립구나!" 하며 좋아하는 나 자신을 보니 솔직히 웃기다.   정말 제대로 내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90년대 애니의 실사판이랄까ㅋ   (<아키라>나 <패트레이버>가 80년대말 작품인건 아는데 내가 그 영화들을 본게 93-4년 쯤인지라 그냥 편의상 90년대라고 적는다)

이 영화의 단점은 내용이 너무 뻔하다는 점이다.   비슷한 초능력류 영화의 틀에서 그닥 벗어나지 않는다.   "이거 다른 영화에서 봤던 장면인데" 하는 부분도 여럿 있다.   <제5원소>는 유치한 컨셉을 무지 큰 스케일로 부풀여놓으면서 보는 맛을 선사해줬는데, 이건 그렇지도 못하다.   <제5원소>는 1997년에 9천만불의 제작비를 썼는데 <루시>는 2014년에 4천만불 밖에 안 썼다.   스케일이 클래야 클 수가 없다.   비주얼적인 면에서 "최첨단"을 기대하면 안되는 영화다.   액션도 "여름액션영화" 치고는 약한 편이다.  특수효과는 평타치는 수준이지만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했다는 느낌.

이 영화의 승부수는 배우들의 포스다.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어떻게 미국내 흥행 1억불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나야 뭐 내 취향에 딱 맞아줘서 엄청 재미있게 본 영화가 흥행에서도 성공했다니 기분이 좋긴 한데, 객관적으로 봤을때 다른 여름블록버스터 액션영화들에 비해 꿀리는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ㅎㅇㅎㅇ 스칼렛을 보러 관객들이 왔고, 스칼렛+프리먼+최민식 셋의 포스 덕분에 스토리가 사니까 입소문도 괜찮게 퍼진거라 생각한다.   뤽 베송 이름값도 물론 했을테고.

점수는 B 준다.  나에게는 A급 즐거움을 선사해준 영화지만, 남에게도 "이거 A급 영화임!!"이라고 하기엔 양심이 찔린다ㅋ


덧글

  • 바른손 2014/08/19 09:45 # 답글

    내용평이 저도 좋아하는 류군요.ㅎㅎ

    그나저나 본문중에 어색한 한국말 하니

    007 어나더데이가 생각나네요.제 기억에 그 정도로 한국말 많이 나온 헐리웃 영화도
    기억이 안나지만,어색하기도 대단했죠.
  • 다져써스피릿 2014/08/19 13:53 #

    작년에 나온 "Olympus Has Fallen"도 (검색해보니 한제는 "백악관 최후의 날"이네요) 제대로 코미디였죠. 심각한 ㄸ폼은 다 잡는데 절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영화를 보고싶으시다면 강추합니닼ㅋㅋㅋㅋㅋ
  • 바른손 2014/08/19 13:59 #

    그 영화도 봤네요 ㅎㅎ.

    둘 다 릭윤이 나왔네요 그러고보니.북한군으로
  • 펜타토닉 2014/08/19 12:38 # 답글

    담달에 한국에도 개봉하면
    씬씨티랑 루씨랑 주말에 몰아볼거라능

    에바그린누님 ㅎㅇㅎㅇ
    스칼렛 요한슨 ㅎㅇㅎㅇ
  • 다져써스피릿 2014/08/19 13:53 #

    2편 개봉하기 전에 1편 복습해야하는데 말입니다ㅋ ㅎㅇㅎㅇ
  • 지조자 2014/08/24 12:25 # 답글

    저도 감상하고 싶어지는 영화군요...^^
  • 다져써스피릿 2014/08/24 17:41 #

    극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얼렁 보러가십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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